[성명 및 입장][성명]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 협상위원회는 본래 목적을 잊지 말라

2024-12-01

협상 시한 6시간 남은 시점까지 협약문 초안조차 완성 못해


오늘 발표된 제5차 의장 비문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 →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인간 건강과 환경 보호’로 협약 목적부터 흔들어


지난 월요일(11월 25일)부터 시작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마지막 협상인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이하 ‘INC-5’)에 주어진 시간이 채 6시간도 남지 않았다. 계획된 일정대로라면 오늘(12월 1일)에 협상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협상장인 부산 벡스코에서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상황으로 짐작건대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은 요원해 보인다. 녹색연합은 ‘플라스틱 원료 추출을 포함하여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생애 전 주기를 다루며 전 세계 국가가 지켜야 하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협약’ 성안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만드는 과정에 함께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옵저버만 2,200여 명이 부산에 모였다. 그러나 옵저버(Observer; 참관인) 참여를 완전히 막고 정부 대표단으로만 이뤄진 그룹별 비공개 회의를 진행한지 벌써 3일째다. 시민사회는 지난 며칠간 모든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데에 답답해 하면서도 논의가 빠르게 진전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간 진행된 논의 결과를 모아 오늘 낮 13시 경에 발표한 제5차 의장 비문서를 확인한 지금, 나오는 건 한숨 뿐이다.

제5차 의장 비문서에서 강력한 협약에 대한 ‘낮은 의지’가 읽히는 부분은 크게 세 군데다.

첫째, 협약 목적을 규정하는 ‘제1조 목적’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애초에 유엔환경총회(UNEA) 5/14 결의안에서 합의한 본 협약의 성격은 분명하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 그것이다. 그러나 오늘 발표된 제5차 의장 비문서에서 제안하는 목적은 ‘[플라스틱 생애  주기를 다루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생애 전 주기를 포괄적인 방식으로 다룬다는 부분을 괄호 안에 넣은 건 차치하더라도,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 아닌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인간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으로 목적 수위가 대폭 낮아진 데에 큰 우려를 표한다. 이는 11월 29일 발표된 제4차 의장 비문서보다도 그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해 3년 가까이 협상을 이어온 모든 과정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

들째, 플라스틱 생산 및 공급을 다루는 ‘제6조 공급’ 조항이 아예 없어지다시피 했다.

협상장 안팎에서 이어진 치열한 논의를 바탕으로, 제4차 의장 비문서는 해당 조항에 대해 2가지 선택지를 제시했었다. 해당 조항을 아예 삭제하자는 1번 선택지와,  5개 세부 조항이 담긴 2번 선택지다. 만족할 만한 수위는 아니었으나, 생산 감축 관련 내용이 포함된 데에 시민사회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오늘 발표된 제5차 의장 비문서에서 제6조 2번 선택지 내 모든 세부 조항이 괄호 안에 담기면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 협상단이 지난 며칠 동안 밤낮으로 비공개 협상을 진행한 결과가 이뿐인지 허탈하다. 1~5번 세부 조항이 모두 각각 괄호 안에 갇혔다는 사실은 이 조항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도, 모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후자일 경우 해당 조항을 삭제하자는 1번 선택지와 다를 바 없어진다.

셋째, 재정 메커니즘을 다루는 ‘제11조 재정 메커니즘’ 조항도 수많은 괄호로 뒤덮였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된 후 실제로 각 국가에서 해당 내용이 실현되는 데에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특히 관련 기술·재정 지원이 필수인 저개발 국가에게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협약이 체결된다 하더라도 이를 실현할 기술과 재정이 없다면 협약은 종이 쪼가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시민사회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만을 위한 재정 메커니즘 신설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제5차 의장 비문서에는 해당 조항 내 15개 세부 조항이 모두 괄호 안에 갇혔다. 생산 감축 부분과 마찬가지로, 어떤 조항이 살아남고 어떤 조항이 사라질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야말로 모든 부분이 열린 결말로 남아 있어, 굳게 닫힌 회의장 문 안에서 그동안 어떤 식으로 협상이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

지금쯤이면 법률초안그룹(Legal Drafting Group) 검토를 거쳐 법률적으로 완결한 문안이 완성됐어야 하지만, 협상 시한을 6시간 남겨둔 지금 이시간까지도 모든 것이 안개 속이다. 녹색연합은 INC-5 참석한 전 세계 정부 협상단에게 다시 한 번 요청한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라는 본래 목적을 잊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생산 감축 없이 오염 종식은 불가능하다. 욕조 물이 넘치면 바닥을 닦을 게 아니라 수도꼭지를 잠가야 한다. 

2024년 12월 1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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